코칭은 발화점입니다
처음 코칭 훈련을 받을 때 첫 코칭 실습을 한 분에게 “코칭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그분은 주 저하지 않고, “코칭은 발화점입니다”라고 간단 명료하게 답변을 주셨다.
나의 첫 피코치였던 그 분의 대답은 코치인 나에게 큰 충격과 감격을 주었다. 그리고 이 대답은 나로 하여금 코칭에 대해 각성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분은 나의 어설프기만 했던 첫 번째 코칭 실습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변화된 모습과 행동을 보여줬다.
“아니, 도대체 40분 만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남편이 코칭 받은 뒤에 바로 행동이 바뀌었어요.” 첫 코칭 실습 후일주일 뒤에 만난 그분의 부인이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내 딸이 나에게 코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딸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내가 불편하다고 멀리하기 시작했었다. 사춘기 전 에는 아빠하고 결혼할 거라고 이야기하고, 꼭 안아주고, 뽀뽀해주던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이었는데 10대가 되고 나서 엉덩이를 빼고 엉거주춤하게 나를 안아주더니 어느 날부터는 아예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했었다. 그래서 나만 죽도록 짝사랑하게 만들던 딸이었다. 그런 딸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 보려고 무척이나 애를 써도 곁을 주지 않던 딸이었는데 나에게 먼저 코칭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나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어설프기만 했던 나의 코칭을 통해 딸은 상당히 만족한 결과를 얻었고, 내 딸은 나에게이렇게 칭찬해 주었다.
“아빠는 코칭을 참 잘하는 것 같아. 소질이 있으니 계속 잘해 봐.”
이것은 내가 코칭에 있어 타고났다고 잘난척을 하려고 쓰는 말이 아니다. 나로서도 참 신기한 일이라서 어떻게 이런 어설픈 코칭을 통해 피 코치들에게 인식과 행동의 변화가 함께 일어났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 다. 그리고 그 대답은 나의 첫 피코치가이야기해준 ‘코칭은 발화점입니 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불확실성’의 끝판왕 아라비아반도의 걸프 국가
내가 살고 있는 걸프지역에 대해 이해한다면 ‘코칭은 발화점입니다’ 라는 말에 대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걸프 국가와 그 나라에 파견되어 살아가는 선생님들이 느끼는 갑갑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려고 한다.
아라비아반도에 위치한 걸프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 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오만 그리고 예멘이 있다. 이중에 예멘을 제 외한 여섯 개 나라는 산유국으로서 오일머니로 인해 막강한 부를 누리고 있는 나라들이다. 또 전 세계 이슬람(수니파)의 중심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형제 국가인 아라비아반도의 국가들은 현지인 100% 이슬람 국가임을 표명한다.
해 뜨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고, 라마단과 같이 1년에 한 달을 금식함으로 자신들의 종교인 이슬람에철저히 복종하고 따르는 것이 걸프 국가들이다. 또 걸프 국들은 사막 기후로 국토의 대부분이 마른 광야와 사막으로 되어있고,한 여름에는 한낮의 온도가 60도, 겨울철에는 35도인 곳이기에 이곳 사람들의 삶과 행동은 ‘빨리빨리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참아내기 힘든 여유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곳의 현지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인 샤알라’다. ‘신의 뜻이라면’이라는 뜻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신의 뜻이 아니었나 봐 식으로 넘어가버린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체면 문화와 결합하여 뭔가 약속을 했을 때 정말로 그 일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사소 한 일상에서 중요한 사업의 방향을 정하는 업무가 이루어지는 관공서에까지 이어져 있다.
실제 내가 이곳에 사업장을 열 때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약속을 잡고 또 잡고를 반복하며 길에서 80~90%의 시간을 허비한적이 있다. 서류 한 장, 도장 하나 받기 위해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을 수도 없이 찾아가야 한다. 지금도 처음 사업장을 열 때 약속 장소로 가는 길과 관공서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에 백만 번씩 ‘주여, 주여’를 외치며 기도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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