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계룡산의 품에 안기다

위클리 리더스 승인 2024.11.11 14:15 | 최종 수정 2024.11.13 08:08 의견 0

오송역에서 조우한 4명의 친구들이 2024년 11월 10일, 계룡산 갑사로 향했다. 늦가을의 쌀쌀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오전 10시, 구름 낀 하늘 아래 갑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흐린 날씨가 오히려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갑사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경사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을의 끝자락에 있는 나무들은 아직 푸르고 노란 잎을 간직한 채 우리를 반겼다. 간간이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눈에 띄었고, 그 모습에 우리는 탄성을 자아냈다.

산을 얼마나 올랐을까... 우리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최근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지영이가 "잠깐 쉬어갈까?" 하고 제안했고, 우리는 기꺼이 동의했다. 바위에 걸터 앉아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동안 열심히 운동했던 수진이가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닦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지영이는 배낭에서 수건을 꺼내 목에 걸치며 "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라고 말하고, 늘 전국을 여행했던 소현이는 그런 지영이를 보면서 많이 걱정했었다고 전하며, 오기 전 다른 친구와 말할 때, "좀 걱정되는 애가 하나가 있기는 하지" 라며 지영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고 한다.

다시 걷기 시작하자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의 추억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다른 등산객들과 함께 하기도 하고, 때로는 뒤쳐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서도 우리의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중간중간 쉬어가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중간 지점의 계단이 힘든 부분이기도 했지만, 방금 전 작은 폭포에서의 휴식 때문에 모두들 힘을 내 잘 올라갔다. 드디어 약 1km 지점에 있는 중턱 사찰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곳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그곳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단풍나무와 황매화가 어우러진 오리숲길을 거닐며, 우리는 잠시 일상의 번잡함을 잊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오르는 것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미끄러운 낙엽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조심해"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계곡 옆을 지나갈 때는 지영이가 갑자기 "잠깐만, 발 좀 담그고 싶어!"라고 외쳤으며 우리는 당연히 모두 동의했다. 신발을 벗어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군 지영이는 차가운 물에 "아!"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곧 시원함에 미소 지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거의 다 내려와서는 시화전이 열리는 곳에 눈길을 빼았겼지만, 이내 곧 갑사 문 앞에 있는 식당에 다다렀다. 나름 세련된 분위기에 해물파전의 고소한 향과 돌솥비빔밥의 따뜻함이 우리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우리는 곧바로 50여분 떨어진 또 다른 계룡산의 유명지인 동학사 입구에 있는 주변 풍경이 뛰어난 에어산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메리카노에 마음을 적시면서 우리는 각자의 근황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가까이 될 무렵, 세종에 도착하게 되었다. 우리를 깜짝 초대한 우리 멤버 중 한 명이 만들어 준 떡볶이로 간단히 요기를 하게 되었다. 매콤달콤한 맛이 우리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49층 카페로 향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인생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각자의 꿈,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들을 이야기하며 여정의 마무리는 따뜻하게 보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오송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신호등 지연으로 KTX를 놓치고 말았다. 아쉬움도 잠시, 우리는 다음 열차를 타기로 했다. 서서 가는 열차 안에서 우리는 오늘 하루를 되새겼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우리에게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이날의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의 소중함, 오랜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의 가치,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계룡산 갑사에서의 하이킹은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늦가을의 쌀쌀한 공기, 울긋불긋한 단풍, 고즈넉한 사찰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한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이 여행은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과 친구와의 인연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다시 작은 약속을 하며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기로. 계룡산의 단풍처럼 우리의 우정도 더욱 깊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라 믿으며, 우리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날의 추억이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산을 오르내리며 느낀 자연의 경이로움, 함께 흘린 땀방울, 그리고 서로를 위해 내민 손길들이 모두 우리의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저작권자 ⓒ 위클리 리더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