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 기후 조작의 양날의 검

차혁진 칼럼니스트 승인 2024.11.12 10:43 의견 0

인공강우 기술은 가뭄 해소, 기온 조절, 대기 오염 감소 등 다양한 목적으로 개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의 이면에는 군사적 활용과 환경 파괴, 나아가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충칭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국제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인공강우의 핵심은 구름 속에 특정 물질을 살포하여 강수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주로 요오드화은(AgI), 염화나트륨(NaCl), 드라이아이스 등이 사용되며, 이들은 항공기, 로켓, 또는 지상 발생기를 통해 구름 속에 살포됩니다. 1946년 미국에서 첫 인공강우가 성공한 이래, 과학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이 기술을 연구해왔습니다.

비용 측면에서 살펴보면, 항공기를 이용한 1회 살포에 약 1400만원이 소요되며, 구름 씨앗(연소탄) 비용은 1발당 약 30만원으로, 한 번의 실험에 24발을 사용할 경우 720만원 가량이 듭니다. 중국의 경우 로켓이나 곡사포를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는 대규모 기후 조작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산불 등을 끄기 위햇 큰 지역에 인공강우를 만들 경우에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기술의 진정한 위험은 군사적 목적으로 악용될 때 발생합니다. 기상 조작을 통한 전술적 이점 확보, 적국의 농업 생산성 저하, 환경 파괴 및 생태계 교란 등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히 국경을 넘는 기상 조작은 심각한 외교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무기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인공강우의 군사적 활용 사례가 있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Operation Popeye'는 호치민 루트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요오드화은을 이용한 인공강우를 유도했습니다. 이 작전은 1967년부터 1972년까지 지속되었으며, 1200여 회의 출격이 있었습니다. 비록 북베트남이 이를 극복했지만, 이는 기상 조작이 실제 전쟁에서 사용된 중요한 사례입니다.

냉전 시대에는 소련이 적국의 기상을 조작하여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상 조작이 단순한 과학 실험을 넘어 국가 간 갈등의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중국의 최근 계획입니다. 중국은 티베트고원에 한반도 면적의 8배(160만km2)에 이르는 대규모 인공강수 시설 구축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상 조절을 넘어 지역 전체의 기후를 통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기후 조작이 주변국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중국의 이러한 시도는 주변국의 수자원 안보를 위협하고, 지역 전체의 기후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매년 5월 9일 승전기념일 행사가 치러지는 장소에 공군비행기 10여 대를 이용한 강수억제 기술을 펼쳐 30년 동안 강수를 막았다고 합니다. 이는 기상 조작 기술이 특정 목적을 위해 장기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미국 공군의 미래전략보고서(Air Force 2025)는 미래 군사기술로서 강수, 안개, 폭풍, 낙뢰를 적지에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의 현황 및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상 조작 기술이 미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국제사회는 1972년 UN 총회에서 '환경 변경 기술의 군사적 또는 기타 적대적 사용 금지 협약(ENMOD)'을 채택했지만, 평화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의 대규모 기후 조작 시도는 이러한 국제 협약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공강우 기술의 발전 속도와 그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규제 체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가 간 기후 조작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지구 전체의 기후 시스템이 교란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 국가의 기상 조작이 다른 국가의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 분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기상 조작 기술은 적국의 농업 생산성을 저하시키거나 경제 활동을 방해하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위적으로 가뭄을 유발하거나 홍수를 일으켜 식량 생산을 방해하고 사회 불안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군사 충돌 없이도 적국을 약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상 전쟁'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결론적으로, 인공강우 기술은 인류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동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이 기술의 개발과 사용에 있어 국제사회의 엄격한 감독과 윤리적 고려가 필수적이며, 기술의 발전에 발맞춘 새로운 국제 법규와 감시 체계의 수립이 시급합니다.특히 기상 조작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막기 위한 국제적 합의와 감시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 기술 개발 과정에서부터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해야 합니다.

또한, 기상 조작 기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협의체를 구성하여, 기술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술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잠재적인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강우 기술이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혜택을 극대화하면서도 그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기후 조작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 갈등과 안보 위협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이 기술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 리더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