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탐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 사실은 - 대만 선교는 지금, ‘복음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라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복음은 보편적이지만 그 표현은 언제나 지역적이다. 하나님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시지만, 인간은 언어와 문화 안에서만 하나님을 이해한다. 그러므로 대만 선교의 본질을 단순하게 복음을 ‘전달’하는 데 두기 보다는, 복음이 현지인의 세계 속에서 다시 ‘태어나도록 돕는’ 영적 번역의 과정의 단계로 한 단계 더 올리는 것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대만은 아시아 복음화의 중요한 시험대다. 인구 약 2,330만 명 가운데 개신교인은 2.8%, 가톨릭을 포함해도 3-4% 선에 불과하다. 반면 불교 35%, 도교 33%, 민간신앙 20% 이상으로,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비(非)기독교 문화권에 속해 있는 실정이다. 대만의 종교 지도자들은 약 30만 명에 이르며, 그중 기독교 관련 지도자는 1% 수준에 불과하다. 복음은 존재하지만, 문화적으로 ‘주류 언어’가 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선교의 방향을 보여준다. 대만에서는 복음을 “진리의 논리”로 제시할 때보다 “관계의 언어”로 풀어낼 때 문이 열린다. 이 사실은 대만 사람들이 교리보다 신뢰를, 설득보다 공감을 먼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대만에서는 선교가 이론이 아니라 관계로 들어갈 때 복음은 흐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차를 함께 마시며 서로를 나누고, 명절의 풍속을 이해하려고 해야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자리에서 복음은 자연스럽게 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만에서의 오늘의 선교는 ‘정답을 전하는 선교’만 해서는 관계만 더 이상해지고 복음은 흘러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먼저 그 무엇보다도, ‘관계를 세우는 선교’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은 논쟁의 주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흘러가는 생명의 언어라는 사실이 대만의 사회에서는 더 잘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인간의 언어로 오신 것처럼, 대만 선교의 핵심은 성육신적 접근이 보다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즉, 대만의 문화와 정서, 언어의 결 속에 들어가 복음이 그들의 감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탐 결과 많은 선교사들이 ‘현지화(Localization)’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문화의 표면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언어를 배우고, 음식을 나누고, 의례를 관찰하는 수준의 적응은 문화적 친화일 뿐 내재화는 아닌 것이다. 복음이 문화 속으로 깊이 스며들려면, 현지화의 한계를 넘어 문화의 내재화(Inculturation)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적응이 아니라 ‘의미의 번역’이다.

이렇게 복음의 본질을 변하지 않게 하면서도, 표현은 대만적 맥락 속에서 새롭게 탄생시키는 일에 더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만의 제사 문화는 그 대표적 예다. 외부에서는 조상숭배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감사와 기억’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가 있다. 복음은 그것을 정죄하기보다, 그 안의 의미를 회복시킬 수 있다. “감사의 제사”로서의 예배, “기억과 은혜”의 신앙으로서의 기독교적 재해석은 대만 문화 속에서 복음이 스스로를 번역해내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이때 복음은 낯선 종교가 아니라 ‘그들의 실재 이야기’가 될 것이다.

복음의 내재화는 언어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중국어나 대만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품고 있는 정서의 결을 읽는 것이다. 대만어의 “慢慢來(만만라이, 천천히 하자)”라는 표현처럼, 대만 문화는 서두르지 않고 관계를 쌓아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복음이라는 언어는 어떠할까? 역시 복음도 그렇게 “천천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빠른 회심보다 깊은 뿌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전략적이며, 지속가능하다.

통계적으로도 이러한 접근은 효과적이다. 최근 대만 내 한 조사에 따르면, 관계 중심형 선교(relationship-based ministry)를 경험한 이들의 복음 수용률은 일반 전도 대상자보다 약 3.5배 높게 나타났다. 또한 공동체 중심 선교에 참여한 청년층(20~35세)의 지속적 교회 참여율은 62%로, 이벤트 중심 전도(단기 사역) 참여자의 18%를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숫자는 분명히 말해준다 — 즉, 사람들은 관계에서 복음을 받아드린다는 것이다.

문화의 내재화는 또한 사회적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대만은 고령화율이 18%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청년 세대의 취업 불안과 도시 외로움이 심화되고 있다. 원주민 지역은 교육·빈곤·문화 단절 문제로 신앙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복음은 단지 개인 구원의 메시지가 아니라, 공동체 회복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교회가 사회의 상처를 끌어안는 통전적(Integral) 선교로 나아갈 때, 복음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한다.

이를 위한 전략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첫째, 도시형 청년 선교 모델이 필요하다. 카페, 팟캐스트, 유튜브, 미디어 아트 등에서 복음이 ‘문화 콘텐츠’로 번역되어야 한다. 감성 중심의 대만 청년들에게 교회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다가가야 한다. 둘째, 원주민 지역 사역은 공동체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예배보다 교육, 가르침보다 함께 살아가는 모델이 우선이다. 셋째, 리더십 전환이 필요하다. 외국 선교사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 지도자(Indigenous leadership)를 세우는 것이 장기 전략의 핵심이다. 현재 대만 기독교 지도자 중 현지 출신은 약 64% 수준이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30%에 그친다. 향후 10년 내 8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넷째, 교회 간 네트워크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한국, 일본, 동남아 교회가 자원을 나누고 공동 훈련을 실시하는 아시아 선교 허브 구축이 절실하다.

결국, 대만 선교의 본질은 빠른 성장보다 깊은 '내재화' 라고 할 수 있다. 복음이 이론으로 제시될 때는 거부되지만, 관계와 문화로 흘러갈 때 사람들의 마음이 더 열리기 때문이다. 복음이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상징으로, 그들의 삶의 리듬 속에서 증언될 때, 그것은 외래 종교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복음이라는 것은 단지 말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번역되고, 공동체 속에 내재화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는 점을 볼 때 - 대만 선교는 더이상 단지 복음을 가르치는 일에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이 땅의 언어로 말씀하신다는 점을 기억하고, 대만의 문화와 노래와 눈물 속에서도 하나님 자신을 드러낼 것이기에, 우리는 그들의 말로, 그들의 노래로, 그들의 눈물로 나는 다시 태어나도록 돕고 그 길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