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에 능한 중국인…복심 파악하려면 공부해야"
김명호 전 교수 '중국인 이야기' 12년 만에 완간
사건·인물 중심으로 살펴본 중국 근현대사…10권으로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중국인을 보면서 평소 흥미를 느꼈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게 중국인들이죠. 약간의 속임수, 그것에 뛰어납니다."
12년간 책 '중국인 이야기'를 줄기차게 펴낸 김명호 성공회대 전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완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근현대 중국과 대만을 움직인 인물들의 열전을 그린 '중국인 이야기'가 10권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중국인 이야기'는 청나라 멸망부터 현대 중국까지 활동한 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복원한 시리즈다. 1권이 2012년에 나왔으니 12년 만에 완간된 셈이다.
중화민국 탄생, 공산당 창당, 북벌 전쟁, 항일전쟁, 국공합작과 내전, 중소와 중미 외교, 신중국 수립과 문화대혁명 등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명멸했던 혁명가, 지식인, 예술인 등 1천여명의 이야기를 복원했다.
저자는 거대 서사에 가려진 수많은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내고, 그들이 연출한 희비극을 생생하게 조명했다. 그러기 위해 중국, 대만, 홍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고사에 능한 여러 인물을 만나고, 수많은 책을 읽었다. 사진 한 장에 3천 달러를 치르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사진만 2천장에 달한다.
김 전 교수가 김언호 한길사 대표와 만나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건 15년 전이다. '로마인 이야기'로 성공을 맛본 김 대표는 '중국인 이야기'도 시장에서 통할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출간을 뜯어말렸던 '로마인 이야기'가 이른바 '대박'이 나면서 중국인 이야기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양을 대표하는 고대 제국이 로마라면, 동양을 대표하는 제국은 중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라는 공통점만 있었지, '중국인 이야기'는 '로마인 이야기'와 본질적으로 달랐다. 일단 구성부터 차이가 있다. '로마인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기록한 편년체(編年體) 방식으로 구성됐다면 '중국인 이야기'는 시간순과는 무관하다. 김 전 교수는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시대를 써 내려간다. 이 같은 기술 방식이 다소 산만하다고 느껴지지만, 그게 이 책의 정수(精髓)다. 또한 중국인의 주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평소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상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중국인은 나라가 커서 그런지 산만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저도 산만한 사람이고요."
산만한 사람들이기에 대화 중에 중국인의 진의(眞意)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말속에 속임수를 숨겨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인들이 오랫동안 중국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인을 가장 잘 파악한 사람이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였어요. 그가 이동휘(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을 만나서 한 조언이, 국가 지도자는 약간의 속임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속임수가 있어야지 일이 제대로 된다는 겁니다. 제대로 된 일에는 속임수가 있기 마련이죠."
김 전 교수는 미중 관계, 한중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고 해서 중국을 공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알자'는 면학 분위기는 바다 건너 미국에서 재개되고 있다.
김 전 교수에 따르면 미국 학자들은 중국과 중국인의 정수가 담긴 사마천의 '사기'와 두보 시집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령 사기 중 '오제본기'(五帝本紀) 분량은 10쪽 안팎이나 그에 대한 최근 미국 학자들의 주석은 300쪽이나 된다. '항우본기'(項羽本紀) 부분도 수십 쪽에 불과하지만 주석은 400쪽을 훌쩍 넘는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중국에 대해 잘 모른다. 중국을 제대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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