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큰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지하경제입니다. 지하경제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제활동을 일컫는 용어로, 탈세, 불법 거래, 현금 거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 정의와 국가 발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이슈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있습니다. 1991년에는 GDP의 29.13%를 차지했던 지하경제가 2015년에는 19.83%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24년 동안약 9.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전 세계 평균 감소율인 6.73%포인트(34.51%에서 27.78%로 감소)보다 빠른 속도입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2015년 기준으로 스위스는 6.94%, 미국은 7.00%, 독일은 7.75%, 일본은 8.19%의 지하경제 비중을 보이고 있어, 한국의 19.83%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2015년 이후에는 지하경제에 대한 추가 리포트가 없어서 2024년의 수치에 대해서는 알수는 없지만,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더욱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김종희 전북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약10%, 즉 161조원에 달하며, 조세회피 규모는 GDP의 3.7%, 금액으로는 약 55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당시 정부 예산(400조7000억원)의 4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활동이 공식 통계에서 누락된다는 것은 경제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 심각한 왜곡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하경제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사채 시장은 그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대략 1조원에서 2조원 사이로 추정됩니다. 암달러 거래, 고급 유흥업소의 현금 거래, 불법 도박, 마약 거래 등도 지하경제의 주요 구성요소입니다. 이러한 활동들은국가 세수 감소, 경제 정책의 왜곡, 불법 자금 유통(예: 부동산 투기), 사회 정의 훼손 등의 위험을 초래합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지하경제가 경제 통계의 왜곡을 통해 정책 결정에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총통화(M2) 지표가 22조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지하경제에서 유통되는 자금이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한국은행은 실제 경제 상황과 괴리된 정책을 수립할 위험이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외국환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화송금액 한도를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까지 확대하고, 외화차입 신고기준을 연간 30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완화하며, 해외직접투자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지만, 동시에 지하경제 확대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가 돈세탁, 탈세, 소득은폐, 회삿돈 횡령 등 각종 부정한 거래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하경제 축소를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하여 전자 결제 시스템을 확대해야 합니다. 현금 거래의 비중을 줄이고 모든 거래가 추적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조세 제도를 개선하여 세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탈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조세회피규모는 3.72%로, G7 국가들의 평균인 2.21%보다 높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셋째, 과도한 규제를 합리화하여 지하경제 진입을 막아야 합니다. 불필요한 규제는 오히려 지하경제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넷째, 국제 협력을 강화하여 해외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 교환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국가 간 협력은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납세의 중요성과 경제 윤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시민들의 인식을 높여야 합니다. 지하경제 문제는 결국 개인의 윤리의식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지하경제의 축소는 한국 경제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비록 그 규모가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지하경제는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됩니다. 이는 2021년 기준 한국의 GDP가 약1800조원임을 고려할 때, 지하경제의 규모가 약 360조원에 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2021년 정부 예산(558조원)의 64.5%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이 숨겨진 경제 영역을 양성화하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한국 경제의 건전성과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지하경제 문제 해결은 단순히 경제적 과제를 넘어 사회 정의와 국가 발전의 핵심 과제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한국 경제는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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