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복음의 발상지 중 하나이며, 찰스 스펄전, 존 웨슬리, 윌리엄 케리 같은 위대한 신앙의 인물들을 배출한 나라. 그러나 최근 10년간 영국 내에서 약 3,500개 이상의 교회가 문을 닫았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신학적,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마치 느헤미야가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그 장면처럼, 오늘날 복음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심령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Quiet Revival(조용한 부흥)’이라 불리는 새로운 영적 움직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너지는 듯하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시며, 새로운 시대의 선교와 교회의 형태가 태동하고 있음을 우리는 감지할 수 있다.


교회 수의 급감: 숫자 이상의 신학적 경고

3,500개 교회의 폐쇄는 단순한 ‘감소’가 아니다. 이는 세속화의 가속, 신앙 공동체의 해체, 전통 교단의 노령화, 그리고 다음 세대의 이탈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영국 통계청과 종교단체에 따르면, 주일 예배 출석률은 10% 이하로 떨어졌으며, 일부 교회는 매 주일 출석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에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기존의 ‘건물 중심’ 혹은 ‘제도 중심’의 교회 형태가 더 이상 현대 사회에서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제 사람들은 성전의 벽 안이 아니라, 삶의 현장—커피숍, 가정, 캠퍼스, 온라인—에서 예배하고 모이고 있다. 이제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하나님의 나라’로 회복되어야 할 때이다.

Quiet Revival: 부흥은 여전히 살아 있다

모든 교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특별한 각성과 갱신 운동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이를 전문가들은 “Quiet Revival”이라 부른다. 영국의 복음주의 네트워크나 청년 기도운동, 디지털 미션 사역 등은 오히려 코로나 이후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었다.

예를 들어, 런던과 맨체스터, 브라이튼 등지의 기도 모임은 건물 중심의 예배를 넘어서, ‘공공장소’에서 드려지는 공동체 중심의 예배로 변화되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워십모임과 성경읽기 모임은 강한 영적 목마름과 헌신을 동반한다. 이들은 ‘기성 교회로 돌아가기’보다는 ‘새로운 교회로 태어나기’를 선택하고 있다.

Quiet Revival은 크고 요란한 집회가 아니다. 그것은 한 영혼의 회심, 한 청년의 소명 선언, 한 가족의 복음 중심 삶 회복에서 시작된다. 이처럼 부흥은 시스템이 아니라, 성령의 바람을 타고 일어나는 조용하고 지속적인 움직임이다.

새로운 선교 전략의 요청: 이 시대의 느헤미야가 되어라

3,500개 교회의 폐쇄는 절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선교 전략을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선교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정 중심 공동체(Ecclesia at Home)
팬데믹 이후, 가정에서의 예배와 소그룹 모임은 그 효과와 의미가 재조명되었다. '집에서 드리는 예배'는 초대교회 모델의 현대적 회복이다.

디지털 선교(Digital Evangelism)
유튜브, 틱톡, 팟캐스트를 통한 복음 전파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전도 전략이 선교단체와 교회에 절실히 요청된다.

다문화 선교(Multicultural Mission)
영국은 더 이상 단일 문화권이 아니다. 무슬림, 힌두교, 무신론자, 아프리카·아시아 이민자들이 증가하며, '선교 대상국'이었던 나라들이 '선교 주체국'으로 변모하는 시대가 되었다.

도시 선교(Urban Mission)
도시의 커뮤니티 센터, 예술 공간, 카페 등 일상 공간을 활용한 선교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닌 ‘주류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사라지는 교회, 깨어나는 성도

우리는 숫자의 감소만을 보며 절망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교회 건물은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느헤미야가 무너진 성벽을 보며 다시 일어섰던 이유이며, 사도들이 핍박 가운데서도 담대히 복음을 전했던 이유다.

영국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부흥’은 전 세계의 선교 리더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어떤 교회를 다시 세우고 있는가?”

하나님은 여전히 이 땅에 사람을 찾고 계신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일하고 계신다. 우리는 그 음성에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