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조직을 움직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 불을 붙이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가야만 한다’는 확신이 피어오르게 할 때, 비로소 리더십은 시작된다. 아무리 목표가 뚜렷해도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오늘날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전략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다룰 줄 아는 리더다.


1971년, 경영심리학자 로버트 하우스(Robert House)는 이와 관련된 중요한 이론을 제시했다. 바로 ‘경로-목표 이론(Path-Goal Theory)’이다. 이 이론은 리더십의 본질을 명확하게 정의한다. “리더란, 구성원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그 정의는 간결하지만 강력하다. 이 이론은 리더십을 더 이상 지시와 통제의 영역이 아닌, 동기와 방향 제시의 예술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하우스는 리더십의 유효성을 세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했다. 리더의 스타일, 구성원의 특성, 그리고 조직 환경이다. 이들은 고정된 요소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하며, 따라서 리더는 항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방식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는 리더십의 네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지시형은 명확한 절차와 기준을 제시하고, 지원형은 관계와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참여형은 구성원의 의견을 수용하고, 성취 지향형은 도전적인 목표를 통해 잠재력을 자극한다. 이상적인 리더는 이 네 가지를 능동적으로 오갈 수 있어야 하며, 상황과 구성원에 따라 적절하게 변주해야 한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시간이 흐르며 세상은 변했고, 리더십을 바라보는 방식 또한 달라졌다. 특히 2025년을 살아가는 오늘,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성과만을 올리는 리더’를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은 방향보다 '존재의 이유'를 묻곤 한다. 동기보다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누구와 함께 걷는가?'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가?' 등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기존의 경로-목표 이론은 분명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경로-목표 이론을 2025년의 현실에 맞게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20세기의 이론이 동기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면, 21세기의 리더십은 소명과 회심, 정체성과 동행을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단순한 리더십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리더의 영적 영향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무엇보다 리더는 더 이상 단순히 경로(path)를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명(call)을 일깨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1971년의 이론은 리더가 목표까지의 경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2025년을 사는 사람들은 이제 ‘왜 이 길을 가야 하는가?’를 먼저 묻는다. 왜냐하면 복음의 소명, 존재의 의미, 하나님 앞에서의 삶의 방향성이 선명할 때만이, 사람은 더욱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는 이제 조직의 비전이 아닌, '존재의 이유'를 함께 발견하는 동행자여야 한다.

또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리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외적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고 회복시키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두려움, 상처, 자기 비하, 의미 상실 등은 오늘날 구성원들의 발목을 붙드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다. 리더는 이제 코치이자 상담자이며, 무엇보다 영적 멘토여야 할 것이다.

보상(reward)에 대한 개념도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하우스 이론은 구성원이 보상을 분명하게 인식할 때 동기가 생긴다고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보상은 급여나 승진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회심(transformation) 혹은 정체성의 회복 그리고 공동체적 사명의 참여에서 의미 있는 보상을 찾곤 한다. 그러므로, 리더는 이러한 내적 보상이 구성원의 삶에서 현실이 되도록 구조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더는 스타일보다 삶의 정체성으로 말해야 한다. 과거의 리더는 언제든 다른 방식으로 교체 가능한 기술자였다면, 오늘의 리더는 삶 그 자체가 메시지여야 한다. 리더가 혼자 앞서가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울고 웃으며 같은 십자가를 지는 동역자일 때, 구성원은 진짜 리더를 따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이러한 ‘2025년형 리더십’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열악한 환경, 불확실한 미래, 보상 없는 헌신 속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떠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 안에는 단순한 동기가 아닌, 부르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이끈 것은, 누군가의 설득이 아니라, 소명을 일깨운 한 사람의 영적 리더십이었다.

그러므로 리더는 자꾸 물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 그러나 더 깊은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 불을 붙이고 있는가?” 그리고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진정으로 기도하며 동행하고 있는가? 그것이 리더의 사명이며, 시대가 부르는 리더십의 새로운 길이기에 더욱 뜨겁게 부르짖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