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리더들은 빠른 결정을 요구받고 끊임없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속도와 유연함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리더로서 반드시 붙들어야 할 것은 바로 ‘기억’일 것이다. 모세는 신명기 32:7에서 “옛날을 기억하라”고 명령한다. 히브리어 ‘자카르(zakar)’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행하심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을 삶에 반영하는 능동적 기억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영적 리더는 과거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즉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인도하실지를 신뢰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은 잊어버리면서도, 사람의 상처는 오랫동안 기억한다. 리더가 과거의 상처에 붙잡혀 있는 한, 그 리더십은 자비보다는 반응 중심으로 흐르고, 비전보다는 감정의 소비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진정한 리더십은, 하나님의 시선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미래를 이끄는 능력이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오래 기억하면서도, 자신의 죄에 대해서는 쉽게 합리화하는 이중적 태도는 리더로서의 정직함을 해칠 것이다.

많은 리더들이 “나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지만, 삶은 하나님의 뜻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말과 삶 사이의 간극, 그것이 바로 리더의 거짓이라고 할 수 있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기 보호, 자기 중심, 자기 욕망을 따르는 이중성은, 결국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동체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거짓된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신실하심으로 품으신다.

그 예로, 하나님은 실패한 리더에게도 기회를 주신다는 사실이다. 베드로는 “주님을 결코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결국 세 번이나 예수를 부인한 인물이다. 그는 리더로서 완전히 무너졌다. 그러나 주님은 그를 다시 찾아오셨고, 회복시키셨다. 그리고 그를 통해 오순절의 대부흥을 시작하셨다. 또한 바울은 교회를 핍박했던 자였지만, 다메섹에서 주님을 만난 후 새로운 사명을 받고 신약의 절반 이상을 기록한 리더로 변모했다. 이를 보고서 많은 사람들은 의심하곤 한다. 즉 이러한 사람들이 영적리더가 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실패를 통해 정결하게 하시며, 리더십의 본질을 다시 빚어 가게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히브리서 8:12절에서 하나님은 “저희 죄를 다시는 기억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한 회개가 전제될 때만 가능한 약속이다. 죄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거나 감추는 리더는 결국 하나님의 회복하시는 손길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가 낮아져 진심으로 죄를 토로하길 기다리시는 분이시고, 리더십의 권위는 회개에서 회복되고, 겸손에서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하나님은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자 하심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십을 맡은 이들이 ‘거짓말쟁이’라는 정체성에 묶여 인생을 마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베드로와 바울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써 주셨던 그 하나님께서 보잘 것 없이 보이는 우리의 실패 가운데서 새로운 리더십의 미래를 준비하고 계심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중요한 것은 오늘이다. 지금 이 순간, 다시 무릎을 꿇고 진정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온다면, 하나님의 회복은 시작된다.

하나님은 거짓과 부끄러움의 인생을 끝내고, 진실과 신뢰, 회복과 소명으로 채워진 리더로 우리를 다시 부르고 계신다. 그 부르심 앞에 응답할 용기를 내야 할 것이다. 거짓말 속에 숨어 살기엔, 하나님이 준비하신 미래는 너무도 크고 놀랍지 않은가?

그렇다면, 영적리더라고 불리는 이들이여, 다음에 나오는 3가지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1) 나는 무엇을 더 오래 기억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약속인가, 사람의 상처인가? (2) 내 입술과 삶 사이의 간격은 어느 정도인가? (3) 하나님이 지금 내 인생에서 쓰고자 하시는 새로운 장(章)은 무엇인가? 또한 지금 하나님께서는 그 분의 커다란 귀를 당신의 입술 가까이에 가져다 놓으시고 당신의 답변을 기다리고 계심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