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북부의 작은 나라, 에리트레아. 인구는 370만 명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늘 국제 뉴스의 주목을 받아왔다. 독재적인 정부 체제, 에티오피아와의 오랜 갈등, 종교적 억압이 교차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살아간다. 특히 정교회 기독교인들은 국가 통제 아래 자유롭게 예배하기조차 힘들다. 정부는 종교 단체의 등록을 엄격히 제한하며, 등록되지 않은 교회 모임은 불법으로 간주한다. 그 결과, 지하교회로 모이는 이들은 체포와 고문, 장기 구금의 위험 속에 놓여 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결국 타국으로 피신하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에티오피아나 유럽 혹은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다.

또한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의 갈등은 단순한 국경 문제를 넘어 민족과 종교,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1993년 독립 이후에도 두 나라는 잦은 무력 충돌을 겪어왔으며, 최근에도 국경지대는 불안정하다. 이러한 불안 속에서 국민들은 더욱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한다.

이 나라의 전통은 종교와 일상에 깊게 배어 있다. 무슬림 남성들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최대 4명의 아내를 둘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 한 명의 아내와 가정을 이룬다. 반대로, 기독교인들은 성경적 원리에 따라 1부 1처제를 고수하며 가정을 신성한 언약으로 여긴다. 이 결혼 문화는 종교적 색채가 짙게 반영된 삶의 방식이다.

손님 접대를 위해 전통 음식을 차리고 커피를 직접 굽는 모습


하지만 에리트레아의 고난 속에서도 독특한 문화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커피 전통이다. 이들은 손님을 초대하면 반드시 커피를 대접한다. 단순히 음료를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생두를 직접 볶고, 향을 함께 나누며, 세 번에 걸쳐 커피를 내리는 정성 어린 절차가 이어진다. 이는 손님에 대한 환영이자,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함께 나누려는 따뜻한 환대의 표현이다.

그리고 커피와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 문화이다. 에리트레아 가정에서 손님을 맞이하면 가장 먼저 ‘인제라(Injera)’라는 발효빵을 차린다.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이 빵 위에는 매콤한 고기 스튜(‘즈글니 Zigni’)나 렌틸콩 요리, 채소 반찬들이 함께 올려진다. 모두가 한 접시를 나누어 손으로 뜯어 먹는 이 전통은, 손님을 단순히 초대하는 차원을 넘어 가족처럼 맞이한다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손님에게는 가장 좋은 자리를 내어주고, 먼저 음식을 권하며, 커피와 음식이 이어지는 자리에서 서로의 삶을 나눈다.이는 에리트레아 사람들이 보여주는 나눔과 환대의 정신이다.

에리트레아는 오늘도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정교회의 신앙인들은 여전히 “빛은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는 말씀을 붙잡는다. 국경을 넘어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에도, 가정에서 커피와 인제라를 나누는 순간에도, 그 신앙과 전통은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작은 나라지만,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믿음과 문화는 세계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