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OST 거장 요시마타 료 "4년 동안 매일 밤 한국 드라마 봐"
올해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상 받고 나니 한국서 인기 실감"
영화제서 토크 콘서트…'냉정과 열정 사이' 삽입곡 연주
(제천=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주변의 지인들이 한국에서 제 곡이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해줬는데 사실 좀 의심했어요. 이렇게 제천에 와서 좋은 상을 받고 나니 한국 분들이 정말로 제 음악을 사랑해주신다는 걸 실감하게 되네요."
일본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거장 요시마타 료는 지난 7일 제천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제천영화음악상을 받은 소감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제천영화음악상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영화음악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지난해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에 이어 올해에도 일본의 음악가인 요시마타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영화와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요시마타는 수상을 기념해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참석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그는 나카게 이사무 감독의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인 '더 홀 나인 야즈'(The Whole Nine Yards), '히스토리'(History)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목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막상 음악을 들으면 대부분 무릎을 '탁' 칠 만큼 익숙한 곡이다.
요시마타는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 삽입곡을 포함한 10여곡의 영화·드라마 음악을 들려줬다. 바이올리니스트 마나베 유, 첼리스트 무라나카 도시유키와 함께한 3중주로 제천의 저녁을 감성으로 물들였다.
'냉정과 열정 사이' 동명의 테마곡 연주를 마친 그는 "첼로 솔로곡을 만들어달라는 (제작사 측의) 제안만 듣고서 작곡한 작품"이라며 "'더 홀 나인 야즈'는 영상을 본 뒤 느낌을 잘 간직했다가 표현한 곡"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보통 곡을 만들려고 마음을 먹고 3분 이내로 악상이 떠오르지 않으면 즉시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한다"며 "그러다 다시 작업을 시작했는데도 3분 안에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또 그만둔다. 이걸 계속 반복해 하루에 한 곡씩은 꼭 쓰려고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냉정과 열정 사이'로 각인된 요시마타이지만, 드라마 음악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일본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장미 없는 꽃집' 등의 삽입곡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쓰인다.
이준기 주연의 '일지매', 전지현·이민호 주연의 '푸른 바다의 전설' 음악을 담당한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처음 한국 콘텐츠를 접했다는 요시마타는 "전지현 씨를 너무 좋아해 '푸른 바다의 전설' 작업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그를 꼭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아쉽게도 제가 너무 바빠서 만남은 불발됐다"며 웃었다.
그는 이 작품의 각본을 쓴 박지은 작가의 작품을 모두 챙겨볼 정도로 팬이 됐다. 최근에는 다른 작가들이 쓴 '모범택시', '무인도의 디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 최신작까지 섭렵할 만큼 한국 드라마를 즐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부터 4년 동안 매일 밤 엄청난 수의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어요. 박 작가님의 최근작인 '눈물의 여왕'도 봤지요. 사실 '푸른 바다의 전설'에 이어서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까지 모두 제가 음악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하."
그는 한국 드라마의 매력으로 '공감'을 꼽았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들에게도 깊이 감정 이입을 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냐는 물음에 "한국이든 일본이든 없다"고 답했다. 자신의 음악을 알아봐 준 감독이 먼저 협업을 요청해오는 경우에 높은 확률로 좋은 결과를 내왔기 때문이다.
요시마타는 "제 음악을 좋아하고 저와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님이 계시다면 그 분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작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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