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초, 홍콩 정부가 발의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은 단순한 법률 개정안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유의 도시’라 불렸던 홍콩 시민들에게 중국 본토 체제의 그늘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같은 해 6월, 사상 최대 규모인 200만 명의 시위가 도심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그 외침은 곧 탄압으로 맞서게 되었고, 2020년부터 시행된 국가보안법(NSL)은 그 시위의 후폭풍을 단호하게 단속했다.
흩어지는 신자들, 사라지는 교회 공동체
그 뒤를 이은 것은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이탈이었다. 홍콩교회갱신운동(HKCRM)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최소 46,000명의 기독교인이 홍콩을 떠났다. 그 중 상당수는 영국, 캐나다, 호주, 미국 등지로 이주했고, 현재 6,000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이민을 준비 중이다.
2024년 현재, 홍콩 내 예배 참석 기독교인의 수는 198,000명. 이는 2019년 대비 26%가 감소한 수치로,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곧 홍콩 교회의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다음 세대 목회 기반이 무너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온산링량교회의 렁 목사(Samuel Leung)는 이렇게 토로했다. “우리 교회에서만 80명이 넘는 성도가 떠났습니다. 대부분은 젊은 가족들이었고, 남아 있는 교인 중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입니다. 목회를 함께 이끌 동역자를 찾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그는 또한 주일학교 교사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을 강조하며, 예배의 활기가 점점 사라져 간다고 했다.
교회의 구조조정과 생존 전략
사라진 성도들은 단지 교회 좌석을 비운 것이 아니라, 사역의 핵심 인력과 미래의 리더십 자원까지 함께 떠났다. 대표적으로 **멀티사이트침례교회(Multisite Baptist Congregation)**는 전성기엔 1,000명이 넘는 성도들이 있었지만, 최근 25% 이상의 성도 이탈로 인해 2022년에는 지교회 하나를 폐쇄해야 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붕괴를 뜻하며, 동시에 ‘자유’, ‘신앙’, ‘청년세대’라는 세 축이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로도 들린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희망의 불씨도 존재한다. **플로우교회(Flow Church)**는 이민으로 120명의 성도가 떠났지만, 온라인 실시간 예배를 통해 미국과 영국에 흩어진 성도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는 ‘흩어짐’을 ‘확장’으로 바꾸는 실험이며, 새로운 형태의 디아스포라 교회 모델이 탄생하고 있는 징후다.
왜 기독교인들이 대거 이탈했는가?
기독교인들의 탈홍콩 흐름은 단지 정치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홍콩 교회는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인권, 정의에 대한 목소리를 내온 시민 공동체의 일원이었고, 동시에 젊은 세대의 정신적 피난처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설교와 소그룹에서조차 감시와 자가검열의 분위기가 강해졌고, 많은 목회자들은 자유롭게 복음을 선포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청년세대의 미래에 대한 절망감, 자녀 교육에 대한 우려, 종교의 자유에 대한 불신 등이 결합되어, 가족 단위 이민이 가속화되었다.
디아스포라 시대의 홍콩 교회
이제 홍콩 교회는 세 갈래의 숙제를 안고 있다.
첫째, 현지 교회의 구조 재편과 고령화 문제 해결.
둘째, 해외로 흩어진 디아스포라 성도들과의 연결.
셋째, 불안한 사회 속에서도 소망과 진리를 전하는 공적 교회로서의 정체성 회복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로벌 공동체 교회 모델은 단지 ‘대안’이 아니라 ‘생존의 길’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신학적 재정립, 리더십의 재구성, 다음 세대를 향한 투자의 우선순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 다 같이 기도에 참여해야 될 것이다. 홍콩 교회가 단지 정치적 격변의 피해자가 아니라, 그 속에서 빛을 발하는 하나님의 도구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도하자. 그들이 불안한 시대 속에서도 ‘샬롬(평안)’을 선포하고, 소망의 공동체로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