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최근 들어 인구, 산업, 문화 구조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특히 여러 도시들이 번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한 예로 안산은 이러한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산업공단과 셰어하우스, 셀프공장 등이 복합된 공간이며, 국내외 이주민이 모여들어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교차하는 생활현장이다. 실제로 안산은 외국인 거주자가 전체 인구의 약 14%에 이르며, 일부 동(洞)에서는 외국인 비율이 30%를 넘는 구역도 있다. (The Korea Times, ResearchGate 2024)
솔직히 말해서, 안산은 단순히 다문화의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정치, 경제, 영적 전선이 교차하는 복음의 최전선이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략적 지표 도시다. 정치적으로 안산은 이미 중국의 통일전선 전략이 작동하는 도시로 평가된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2023)와 제임스타운재단(Jamestown Foundation, 2024)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평화통일촉진회(Chinese Council for the Promotion of Peaceful National Reunification, CCPPNR)’ 서울지부, ‘재한화교협회총회(Association of Overseas Chinese in Korea)’, ‘한국화교화인연합총회(Korea Chinese Huaqiao Alliance Council)’, ‘전국한적화인총연합회(All-Korean Nationals of Chinese Descent Council)’ 등 수많은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안산 지역에도 통일전선공작부를 통해 재한 중국인, 조선족, 화교 네트워크를 관리하며, 문화행사와 교류단체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안산과 경기 남부 지역에는 중국평화통일촉진회 서울지부, 재한화교협회총회, 한국화교화 연합총회, 전국한적화인총연합회 등 약 30여 개의 단체가 활동 중이다. 이러한 단체들은 문화교류와 친선협력을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목적과 여론 형성이 함께 작동한다. 교회가 이 현실을 외면하거나 인식하지 못할 경우, 복음의 공적 발언은 위축되고, 신앙은 ‘생존의 형태’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다시 말해서, 많은 사역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복음은 그들에게는 그냥 허울좋은 공허한 목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안산은 한국 산업구조의 가장 밑단을 떠받치는 이주노동자들의 도시다. 제조업, 물류, 서비스업의 현장은 외국인 노동력 없이는 유지될 수 없으며, 이는 곧 도시의 경제활동이 다문화 인력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임금 구조의 불균형, 체류자격의 불안정, 산업안전의 취약성은 선교의 언어가 ‘복음’이 아니라 ‘도움’으로만 들리게 만드는 한계가 있다. 선교는 가난한 자를 돕는 일이 아니라, 억눌린 자와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 교회가 경제적 약자를 단순히 지원의 대상으로만 볼 때, 복음은 연민의 언어에 갇히고 만다. 이러한 교회의 시각은 즉각적으로 바뀌여야 한다.
사회문화적으로도 안산은 다문화 2세대가 급증하는 도시다. 한국어와 부모의 모국어 사이에서 정체성의 균열을 겪는 이 세대는, 한국 사회의 미래 노동력인 동시에 새로운 선교의 주체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회의 접근은 여전히 단기 프로그램과 문화행사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진정한 복음의 영향력은 ‘이해’에서 시작해 ‘공동체’로 이어져야 하며, 이주민 가정의 자녀들이 스스로를 복음의 주체로 인식하도록 돕는 신앙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치적 긴장, 경제적 불균형, 사회적 전환이 맞물린 안산은 한국 선교의 ‘위기관리형 모델’이 아니라 ‘새로운 선교전략 모델’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교회는 단순히 현상을 목격하는 관찰자가 아니라, 도시의 구조를 분석하고 선교의 방향을 설계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그 방법을 논하자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접근법이 좋은 것 같다. 우선, 교회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교지도를 재작성해야 한다. 국적별 인구, 직업군, 체류 형태, 언어 사용률을 세밀히 파악하여 ‘영적 지리 정보 시스템(Spiritual GIS)’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교회는 이주민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주민 리더 코칭학교’나 ‘다문화 제자훈련 과정’을 통해 현지 리더들이 자국 공동체의 복음적 지도자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교회는 복음 커뮤니티 허브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교회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공장, 카페, 가정, 쉼터가 예배와 관계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안산의 선교는 더이상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감정의 사역’이 아니라 정확한 자료와 분석을 통해서 ‘정보의 사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말로, ‘위로의 사역’이 아니라 ‘전략의 사역’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도시를 복음의 실험실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정치와 경제의 경계선에서 서서히 침식되는 위험지대로 방치할 것인가는 교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렇게 본다면, 안산은 한국 선교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가 지금 이 도시를 신학적 통찰과 전략적 지성으로 다룬다면, 안산은 한국 선교의 새로운 안디옥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머문다면, 안산은 한국 선교 실패의 축소판으로 남을 뿐 아니라, 도시 자체가 영적 방향성을 잃은 채 정치와 자본의 논리에 종속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교회와 사역자들의 부지런함이 돋보여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여전히 사람을 보내고 계신다. 문제는 우리가 그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복음의 동역자로 볼 것인가’이다. 선교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단지 그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안산은 그 새로운 방향의 시작점이며, 교회는 더 이상 뒤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시대를 해석하고 도시의 영적 구조를 설계하는 하나님의 전략 파트너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