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미국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교(SBC, Southern Baptist Convention)는 댈러스 총회를 통해 의미심장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것은 2015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인정한 동성결혼 합법화를 “철회해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비구속 결의였지만, SBC의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드러내는 선언이었다.
남침례교는 오랜 시간 동안 성경적 결혼관, 즉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언약적 결합”을 고수해 왔다. 이번 결의안은 단지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만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포르노 확산, 스포츠 도박의 합법화, 낙태약 사용 등, 오늘날 미국 사회의 윤리적, 문화적 방향성에 대한 전반적인 경고와 저항의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SBC가 단지 교회 울타리 안에서 신학적 논쟁만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 사회와 공공정책에 직접 목소리를 내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결의는 미국 내에서도 큰 반향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성경적 진리와 도덕적 기준을 되살리기 위한 정당한 시도”라 평가하는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차별과 배제의 움직임”이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특히 미국 사회 전반이 다양성과 포용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종교적 원칙이 어디까지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정치적 논쟁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첫째, 우리는 ‘진리를 말하되, 사랑으로’(에베소서 4:15) 말하라는 성경의 명령을 기억해야 한다. 진리를 선포하는 것은 교회의 책무이지만, 그 방식과 태도는 언제나 복음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혐오와 정죄가 아닌, 회복과 생명으로 이끄는 사랑의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둘째, 교회는 단지 ‘반대’의 목소리만 내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독교 윤리를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제시하며,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SBC의 결의는 단지 미국의 이야기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전 세계 교회는 동일한 문화적 흐름 속에 놓여 있으며, 한국 역시도 이와 같은 윤리적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교회는 시대의 소리에 귀 기울이되, 시대를 따르지 않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리의 길을 걸으되 사람들을 살리는 복음의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진리를 외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랑은 거부할 수 없습니다.”
The world may resist the truth, but it cannot ignore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