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1989년에 남아있던 기독교인은 단 4명뿐이었다.1 1990년 민주화 이후로 2020년까지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각국에서 선교사를 파송하면서 몽골에는 700개에 가까운 교회가 세워졌고, 기독교인의 수는 5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2 그러나 최근 경제 위기와 세속화 등의 영향으로 그동안 빠르게 성장해 오던 몽골 교회는 정체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8년 이후로 교회 등록과 외국인 선교사의 비자 규정까지 까다로워지면서 교회와 선교사의 활동도 제한받고 있다.
기독교 역사와 교회 성장
6세기 초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인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에 기독교를 전파했고, 여러 민족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11세기에 몽골 지역에 거주했던 케레이드족(Khereid)은 기독교를 받아들여 20만 명이 세례를 받기도 했다.3 1206년에 칭기즈칸(Genghis Khan)은 케레이드족을 포함하여 5개 부족을 통일하고 몽골 제국을 건국했다. 다민족 국가로서 여러 문화와 종교를 포용하고자 했던 몽골 제국 안에는 네스토리우스 관리들이 임명되기도 했다. 칭기즈칸의 손자로 5대 칸에 등극했던 쿠빌라이칸(Kublai Khan)의 어머니도 네스토리우스 기독교인이었다. 다양한 종교에 관심을 가졌던 쿠빌라이칸은 1266년에 그레고리우스 10세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 선교사 100명의 파송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4 그러나 쿠빌라이칸은 수도를 캄발루크(Cambaluc, 지금의 베이징)로 옮기고 원나라 초대 황제에 오르면서 ‘라마교’로 불리는 티베트불교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는 티베트 지역까지 정치적, 종교적으로 정복하려는 의도가 담겼던 정책으로 보여진다.5
그럼에도 원나라 곳곳에서 가톨릭 선교사들의 사역은 이어졌다. 프란치스코회 선교사들은 캄발루크에 수도원을 세우고 활동했고, 요한(John of Montecorvino) 선교사는 1305년까지 25,000명의 몽골인에게 세례를 주기도 했다.6 하지만 14세기 중반에 중국 본토에 명나라가 세워지면서 몽골 세력은 북쪽으로 쫓겨났고, 그 후 몇 세기 동안 몽골에는 기독교가 거의 전파되지 않았다. 19세기에 접어들어 청나라에 들어와 있던 런던선교회(LMS) 소속 선교사들은 순회 선교 형식으로 몽골 유목민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일련의 노력으로 1840년에 부리야트(Buryat) 몽골어로 구약성경이 번역됐다.7 그리고 1861년에 몽골로 파송받은 러시아 정교회 선교사들에 의해서 1864년에 성삼위일체교회(Holy Trinity Church)가 세워졌다.
몽골은 1924년에 소련의 지원을 받아 공산주의 혁명을 성공시키면서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고, 1990년에 민주화 혁명이 있기 전까지 교회의 활동과 선교는 멈춰졌다. 1991년에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몽골은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했고, 1992년에 새로 제정된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었다. 홍콩의 새부족선교회(New Tribes Mission) 소속으로 몽골인과 결혼한 영국인 기븐스(John Gibens) 선교사는 1990년 6월부터 몽골식 키릴문자로 번역된 신약성경을 보급하기 시작했고, 몽골에 최초로 NGO 단체를 설립했으며, 현지인 4명과 함께 그리스도교회(Christ Church)를 개척했다.9 1991년에는 미국 남침례교 소속 선교사들이 수도인 울란바토르(Ulaanbaatar)에서 사역을 시작했고,10 한국에서도 여러 단체 소속의 선교사들이 몽골로 입국해 사역을 펼쳐 나갔다. 1992년에는 연합성경신학교(Union Bible Theological College)의 모체가 된 울란바토르성경학교가 램(Danny Lam) 선교사에 의해 시작됐다.11 그동안 닫혀 있던 선교의 문이 열리자마자 한국과 서구의 많은 선교사들이 몽골로 향했고, 선교사들은 의료와 교육, 고아 사역, 빈민 구제, 지역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혹독한 가난과 싸우고 있었던 몽골인들에게 다가갔다. 또한 예수 영화(Jesus Film)와 Eagle TV와 같은 미디어를 활용한 복음 전파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1990년부터 시작된 선교로 인해 몽골 교회는 빠르게 성장했다. 1990년에 첫 교회가 세워진 이후 2006년까지 350개 교회가 세워지고 교인 수는 2만 8천 명으로 증가했다. 몽골복음주의연맹(MEA)은 이러한 성장세를 기대하면서 2020년까지 3천 개의 교회를 세우고 몽골 인구의 10%를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기 위한 20/10 비전을 세우기도 했다.122020년에 몽골복음주의연맹에 소속된 674개 교회 중 568개 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개신교회의 교인 수는 46,331명으로 집계됐다.13 여기에 가톨릭과 정교회, 독립교회에 소속된 교인 수를 더하면 몽골에는 적어도 약 5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있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2022년 9월에 빌리그래함전도협회(BGEA)가 개최한 전도대회에는 이틀 동안 1만 7천 명이 넘는 기독교인들이 참석해 몽골 교회의 재도약과 부흥의 불씨가 되었다.
몽골 교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
몽골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몽골에서는 신앙을 다른 사람에게 증언하거나 개종을 목적으로 전도하는 행위가 제한된다. 1993년에 제정된 “국가와 종교단체와의 관계법” 제7조 6항은 불교, 이슬람교, 샤머니즘 이외의 타 종교가 해당 종교단체 밖에서 설교, 교육, 포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7항은 타인에게 교리를 강요하거나 돈으로 미혹하거나 사상을 혼란케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15 2023년 12월에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도 몽골을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전 세계 46개국 중 하나로 적시했다.16 또한 교회 등록 허가를 미루거나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등으로 눈에 띄지 않는 방식의 통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2018년부터 2023년 11월까지 몽골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 허가를 받은 교회가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또한 민주화 이후 최초로 등록했던 5개 교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교회들은 1년마다 등록을 연장해야 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17 2018년 7월부터는 선교사에 대한 종교비자와 관련하여 예치금 증액과 단체에서 고용하는 직원 수를 4배까지 늘리라는 규정이 생겨나면서 많은 수의 선교사들이 여행비자로 머물거나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18
이뿐 아니라 몽골 교회는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교회의 절반 가량이 몰려 있어 지방으로 교회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고, 교회 지도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교회가 쉽게 분열하거나 사라지기도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에 몽골복음주의연맹 조사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참여한 568개 교회 중에서 265곳이 울란바토르에 있고, 303곳이 지방에 위치하고 있었다.19 지방 교회의 경우는 목사나 교회 지도자들이 사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목회를 하면서 동시에 돈을 벌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다르한(Darhan)에 위치한 예수영광교회(Jesus Glory Church)의 바타고스(Battagos) 목사는 1년에 한 번씩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성경 세미나에 참석하는데, 세미나에 참가할 여비와 등록비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20 2000년에 아시안액세스(Asian Access) 소속으로 몽골에서 교회개척 사역을 시작한 무어(Ralph Moore) 선교사는 이미 많은 수의 선교사들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었지만 교회들 사이에 분열과 극심한 경쟁이 있었다고 전한다.21 이는 아마도 유목 사회의 특성상 교회 구성원 간의 결속력을 다지기가 쉽지 않았고, 교회 지도자들도 외국 선교사들의 지원금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쉽게 사역지를 옮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골 교회는 눈에 띌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1991년에 다르한에서 시작한 크리스챤펠로우십교회(Christian Fellowship Church)는 매년 15%씩 성장하면서 2005년에는 교인 수가 200명까지 늘었다. 대학교 영어 강사였던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접하고 기독교인이 된 울지(Bat Ulji) 목사는 정권 교체와 경제 붕괴 이후 몽골은 암흑기를 맞이했는데,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몽골인들이 마음 둘 곳을 찾았고 교회들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한다.22 하지만 최근 들어 몽골 교회의 성장세가 멈추고 기독교인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5년 6월에 발표된 퓨리서치(Pew Research)의 종교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몽골의 기독교 인구는 전체 인구(270만 명)의 2.1%(56,700명)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몽골 인구 329만 명 중 1.3%(42,770명)로 줄었다. 기독교 인구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0.8% 감소한 반면 무종교인은 37.4%에서 40.8%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23 이제 전반적으로 교회 성장의 정체기를 지나고 있는 몽골 교회는 교회의 자립과 지방 교회 활성화, 지도자 간의 갈등 조정 등 다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몽골 교회의 당면 과제
지난 35년간 수많은 선교사들이 몽골에 교회를 개척하고, 학교와 병원, NGO 등을 세워가며 최선을 다해 선교 사역에 매진해 왔다. 이제 몽골 교회는 외국인 선교사가 사역을 주도하던 시기를 지나 현지인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가 중심이 되어 사역을 이끌어가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인 중심 선교, 현지인으로의 사역 이양 등을 쉽사리 말할 수는 없다.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은혜의빛교회(Light of Grace Church)를 담임하는 간투무르(Bat Orgil Gantumur) 목사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지 교회의 주도권을 넘겨받는 것만으로 교회 자립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24 내몽골 태생으로 아시아리더십개발네트워크(ALDN)의 대표인 리그덴(Bolorhuu Ligden) 선교사도 이제 막 몽골 교회는 유아 시절을 벗어났는데, 사춘기를 마주하면서 많은 교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25 또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수의 외국 선교사들이 몽골에서 철수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제 몽골 교회는 단순히 외부적인 지원을 끊고 서구 교회의 모습에서 탈피해야 하는가의 고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까지의 선교 사역들을 현지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몽골 토양에 뿌리내리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빈약한 지방 교회를 지원하고 선교 영역을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다. 몽골복음주의연맹의 연구원인 담딘자브(Bolortuya Damdinjav)는 2023년 기준으로 행정구역상 군(郡)에 해당하는 330개의 솜(som) 지역 중에서 교회가 없는 곳이 절반에 가깝다고 분석했다.26 현재 350만 명의 몽골 인구 중 절반이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방에 교회를 개척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홀리데이뉴스교회(Holiday News Church)를 담임하는 푸레브도르지(J. Purevdorj) 목사는 지금까지 몽골에서 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몽골 학생들이 교회에 찾아와 영어와 외국어를 배우며 친구를 사귀고, 알코올 중독이나 가정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치료와 위로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27 이러한 점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몽골 교회는, 지방 소도시에도 맞춤형 교회를 개척하거나 유목 생활을 하고 있는 몽골인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순회 선교사를 양성하고, 흩어지기 쉬운 유목 공동체를 대상으로 어떻게 건강한 가정교회를 세워나갈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출처: 한국선교연구원 파발마 풀러스, 2024 Vol.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