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전쟁이 심화되면서,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글로벌 패권과 자원 확보를 위한 총체적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경쟁의 핵심에는 첨단 기술 개발과 함께 핵심 원자재 확보가 자리 잡고 있다.
미중간의 반도체 전쟁과 자원 확보 전쟁
1. 기술 패권 경쟁
터프츠 대학의 크리스 밀러 교수는 저서 '반도체 전쟁(Chip Wars)'에서 미중 간 반도체 경쟁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군비 경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반도체 기술이 단순한 경제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은 2022년 10월 발표된 포괄적인 수출 통제 조치로 더욱 강화되었다. 이 조치는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리비움차이나의 링하오 바오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분야는 인재가 정말 중요하다"며, 미국의 조치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타격을 강조한다.
2024년 12월, 미국은 중국의 AI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억제하려는 명확한 의도를 담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의 강경책에 대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우려를 표명했다. SIA는 이러한 조치가 "미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 안정성을 훼손하며, 중국의 보복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업계와 정부 간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다.
2. 자원 확보 경쟁
반도체 산업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DRC)이 이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은 2022년 기준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48%,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코발트 생산국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콩고의 주요 코발트 광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 뤄양몰리브덴(CMOC)은 콩고의 최대 코발트 광산인 텐케 풍구루메에 2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2025년 초, 바이든 행정부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잠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코발트 공급망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사만다 그로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자원 독점을 견제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3. 확대되는 경쟁 영역
미중 간의 경쟁은 첨단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해서도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를 준비 중이다. 또한, 코발트 외에도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다른 핵심 광물들에 대한 통제권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25년 2월 현재, 미중 반도체 전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범용반도체 부문에서 일정 역할을 하며 미국에 의존하게 만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전면적 디커플링보다는 전략적 의존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장기 전략을 시사한다.
4. 전망과 시사점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최근 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미중 간 기술 경쟁은 새로운 냉전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이 경쟁의 결과가 21세기 글로벌 질서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미중 반도체 전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기술 혁신, 자원 확보, 공급망 재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경제 질서와 국제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기술 혁신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과도한 경쟁이 가져올 수 있는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와 기술 발전 저해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