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에서 종교를 이유로 한 폭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이들은 대개 힘없고 조용히 기도하는 이들이며, 피해자 중 상당수가 기독교 공동체라는 점은 시대의 역설을 드러낸다. 특히 최근 콜롬비아와 인도에서 발생한 두 사건은, 종교의 자유가 더는 자명한 권리가 아니라는 현실을 절박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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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침묵 속에 묻힌 종교 지도자들

지난 4~5월, 콜롬비아 Guaviare 지역에서 실종된 8명의 종교 및 지역 지도자들이 최근 집단 매장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검찰과 군의 합동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조직적으로 납치된 뒤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에는 Jesús Valero, Carlos Valero를 포함한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과거 게릴라 활동을 해온 FARC 분리주의 조직의 개입 정황도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지역 폭력이 아니다. 이는 종교인, 특히 공동체 리더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제거하려는 의도된 신앙 박해다. 개인의 신념과 표현의 자유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 상황은, 콜롬비아 교회가 얼마나 위험한 지대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도 오디샤 주: 폭도들이 기도회를 덮치다

6월 21일, 인도 동부의 시골 마을 Kotamateru에서 열린 기독교 기도 모임이 약 400명의 무장 폭도에 의해 공격당했다. 도끼와 몽둥이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참가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했고, 이로 인해 20여 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총 3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폭력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1999년 Ranalai, 2008년 Kandhamal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기독교 폭동의 연장선에 있다. 인도 내 극우 힌두 민족주의의 강화와 함께 기독교인에 대한 편견과 적개심은 제도권 바깥이 아닌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이후의 대응이다. 인도 중앙 소수자위원회는 조사를 요청했지만, 가해자 체포나 기소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사회는 두려움과 침묵만을 낳는다.

종교의 자유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 두 사건은 우리에게 묻는다. 종교의 자유란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 신념의 자유는 국제인권헌장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하지만 오늘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그 권리를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마주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각국 정부의 책임 회피와 수사의 미온함은 종교 공동체에 깊은 좌절을 안기고 있다. 정의의 실현은 피해자에게 회복의 시작점이자, 사회가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증거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대응은 피해자들을 또 한 번 고립시킨다.

침묵은 또 하나의 가해다

이제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개인 국가의 문제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국제인권단체와 세계 교회는 이러한 폭력에 대해 연대의 목소리를 내야 하며, 각국 정부는 종교 자유를 침해하는 구조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 사회와 교회도 예외일 수 없다. 단지 선교사 한 명 파송하는 것으로 ‘국제 책임’을 다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의 기도와 목소리가, 고통받는 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교회에서 조용히 예배드리는 이들이 있고, 이름도 없이 순교하는 지도자들이 있다. 우리는 이제 물어야 한다.
“그들의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시대에 ‘종교의 자유’는 나의 교회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믿음조차 지켜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침묵은 때론 또 하나의 가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말해야 한다. 더 크게, 더 함께, 그리고 더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