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선 인류는 기술 발전이라는 가속도의 정점에 서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 사고와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질서로 등장했다. 우리는 이제 단 몇 초 안에 방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복잡한 문제를 알고리즘의 추천에 따라 손쉽게 해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AI는 의사결정의 패턴을 바꾸고, 인간의 감각마저 보조하거나 대체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 속에서 성장하는 차세대는 자연스럽게 기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규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이 눈부신 변화 이면에는 심각한 신앙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믿음의 뿌리'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보다 더 힘든 믿음의 시대를 살아 갈 청년의 세대


차세대는 기술이 제공하는 '즉각적 만족'과 '편리한 정보'에 익숙하다. 이들은 교회 공동체와 신앙 전통을 통해 인생의 해답을 기다리기보다는, 검색창에 질문을 던지고 '최적화된' 답을 찾는다. 신앙은 더 이상 인내와 기다림의 여정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감정 충족이나 논리적 설명에 의해 평가받는다. 기도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침묵을 견디기보다, 빠른 결과를 요구하고,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에게 가장 유익해 보이는 선택을 신속히 찾는다. 문제는, 이러한 패턴이 신앙의 본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고 말한다(히브리서 11:1). 참된 신앙은 결과를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보지 못해도 신뢰하는 것이다. 그러나 AI 시대에 자란 세대는 '보여지는 것', '즉시 제공되는 것'에 대한 신뢰를 더 쉽게 가지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신앙은 점점 '하나의 선택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믿음은 필수가 아니라 옵션이 되고, 하나님은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 필요할 때 부르는 조언자로 격하된다.

더 나아가, AI가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위험은 '진리 상대화'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가장 많이 소비된 정보를 추천한다. 그러나 '다수가 선호하는 것'이 '진리'인 것은 아니다. 진리는 다수결의 산물이 아니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좁은 길은 언제나 소수의 길이었다. 하지만 차세대는 가장 많이 본 것, 가장 인기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성경의 절대성과 복음의 유일성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또한 AI 시대는 관계의 본질도 변화시킨다. 인간은 본래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인격적 만남 속에서 신앙을 전수받고, 영혼의 성숙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디지털 문명은 인간관계를 '속도'와 '효율성'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있다. 심지어 교회 공동체도 온라인 예배, 비대면 모임 등으로 전환되면서, 신앙의 인격성과 공동체성이 약화되고 있다. 하나님을 '나'의 필요를 채우는 서비스 제공자로 오해하는 현상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교회와 신앙 공동체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AI를 두려워하거나 배척할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선도 악도 아니며, 사용하는 자의 세계관에 따라 방향이 결정된다. 교회는 AI 기술을 통해 복음을 창의적으로 전파하고, 신앙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변하지 않는 진리의 중심을 더욱 강하게 붙들어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존재적 질문, 죽음 이후의 삶, 죄의 문제, 구원의 필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교회는 "진리는 오직 하나이며, 그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고 담대히 선포해야 한다.

셋째, 차세대에게 신앙의 '느림'과 '깊이'를 체험하게 해야 한다. 빠른 결과를 추구하는 문화 속에서도, 하나님의 역사는 여전히 씨를 심고 기다리는 농부의 인내와 같다. 차세대가 신앙 여정 속에서 질문하고, 고민하고, 기다리면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관계의 회복에 힘써야 한다. 온라인을 통한 신앙 경험이 필요할지라도,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삶을 나누고, 함께 울고 웃는 공동체적 경험 없이는 진정한 신앙이 뿌리내릴 수 없다. 기술을 넘어선 '삶을 나누는 공동체'를 재건하는 것이 AI 시대 교회의 시급한 과제이다.

AI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을 줄 수는 없다. 알고리즘은 최적의 선택을 제시할 수 있지만, 십자가의 사랑은 계산되지 않는다. 기술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인간을 구원할 수는 없다. 결국, 차세대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인격적 만남을 통한 생명의 전수 뿐이다.

우리는 다시 선포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다." (히브리서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