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진천은 특별하다. 따스한 햇살 아래 길게 펼쳐진 이팝나무 가로수길은 마치 늦은 봄의 눈처럼 하얀 꽃을 수놓는다. 그 풍경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떤 이는 그 길을 걸으며 인생의 또 다른 의미를 새긴다. 유성철 씨도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올해 마흔을 맞이한 유성철 씨는 충청 지역의 한 학원에서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선생님으로, 동료들에게는 성실하고 배려 깊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를 진정 빛나게 만드는 것은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진천의 이팝나무 길을 찾은 날, 유 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걷는 이들 가운데는 특별한 이가 있었다. 유 씨가 오랜 시간 존경해 온, 코치라는 직업을 가진 인생 선배였다. 코치는 단순한 직업을 넘어선 역할이었다. 타인의 삶을 경청하고, 때로는 조용히 밀어주며, 방향을 잃은 사람에게 따뜻한 지도를 건네는 이. 유 씨는 그 형을 통해 ‘살아 있는 코칭’이 무엇인지 직접 보았다고 한다.
그는 그 선배의 곁에서 ‘진짜 영향력’이란 무엇인지 배웠다. 큰 소리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한 응원으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잠재력을 드러나게 만드는 삶. 유 씨는 그것이야말로 코치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힘이라고 믿는다.
현재는 논술 선생님이라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조금씩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단지 글을 잘 쓰게 만드는 교육자가 아니라, 인생의 길을 잃은 이들에게 방향을 함께 찾아주는 코치가 되고 싶은 소망이다. 글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과,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것 사이에는 분명 연결점이 있다. 유 씨는 그 사이의 가교가 되고자 한다.
그는 교육의 현장에서 매일같이 학생들을 만나며, 단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삶을 나눈다. 아이들의 눈빛에서 두려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읽으며, 그들이 자신의 길을 찾도록 격려한다. 때로는 한 문장에 멈추어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짧은 칭찬 한마디로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 그런 순간들이 그에게는 단순한 직업을 넘어선 ‘소명’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유성철 씨의 인생 여정이 언제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 그는 막연한 불안과 진로에 대한 고민 속에서 많은 시간을 방황했다. 진정으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일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던 중 만난 한 권의 책과 한 명의 코치가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코칭이 필요하다"는 말이 단순한 조언이 아닌, 인생 전체를 흔드는 문장처럼 다가왔던 것이다. 그날 이후 그는 자신도 누군가의 인생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 또한 그 선배 형이 쓴 "코칭선교사"라는 책을 읽고서 그동안 썬데이 크리스천으로 살아 온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심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가르치는 일 외에도 틈틈이 코칭 관련 강의를 듣고, 전문 코치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자신을 훈련시켜 나갔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인생의 아픔 앞에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질문하며 마음의 깊이를 키워갔다. 그의 책상 위에는 논술 교재와 함께 코칭 이론서, 인간 심리에 대한 책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글을 읽고, 기록하고, 묵상하며 한 걸음씩 그 사명의 길을 걷고 있다.
이팝나무 꽃은 해마다 피고 지지만, 유성철 씨의 결심은 계절을 넘는다. 그 길 위에서 피어난 마음의 꽃은, 곧 그의 인생의 향기로 남을 것이다. 누군가의 멘토로, 코치로, 인생의 동반자로서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돌아간다. 수많은 정보와 속도에 지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 줄 사람이다. 유성철 씨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말 한 마디, 따뜻한 질문 하나로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일. 그것이 그의 새로운 비전이다.
그가 진천에서 이팝나무 꽃길을 걸었던 그 날처럼, 그의 인생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한 송이 이팝꽃처럼 오래도록 남게 되길 바란다. 작고 조용하지만, 깊고 환한 그 사람. 유성철 씨의 앞날에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