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는 지금, 한 줄의 글자가 신앙을 억압하고 있다. 신분증에 찍힌 단어 ‘무슬림’—그 하나로 기독교인의 삶 전체가 통제된다. 예배는 감시당하고, 개종은 금지되며, 복음은 침묵을 강요받는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 종교 탄압의 얼굴이다. 그러나 복음은 억압 속에서도 뚫고 자라난다. 이제 우리는 이 침묵의 비명을 들어야 한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출생 신고나 가족관계 문제, 혹은 행정 오류로 인해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MyKad’에 ‘무슬림(Muslim)’이라는 종교 표기를 받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그 표기 하나로 인해 이들이 말레이시아 법 아래에서 자동적으로 무슬림으로 간주되고, 샤리아(이슬람 율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실제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배 참석은 물론 성경 소지나 세례까지도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말레이시아 헌법 제11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무슬림이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것이 불법으로 간주된다. ‘무슬림’으로 분류된 신분을 변경하는 일은 극히 어렵고, 법적 소송을 걸더라도 종교 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대부분 기각된다. 이는 기독교 신자의 정체성과 양심의 자유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국가 차원의 강제 개종 행위라 볼 수 있다. 한 개인의 신앙 선택이 신분증이라는 제도적 틀에 갇혀버리는 이 현실은, 복음과 자유를 갈망하는 말레이시아 교회에 깊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이슬람화 정책은 단순한 종교적 열심이 아닌 정치적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정치 권력은 오랫동안 말레이계 유권자들을 기반으로 유지되어 왔으며, 이슬람은 말레이 민족 정체성과 강하게 결부되어 있다. 정치권은 종교를 도구화하여 국가 통합을 도모하고, 동시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력을 억제하고자 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비무슬림, 특히 기독교인들의 권리는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억압적 환경 속에서 말레이시아 내 현지 교회는 외형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위축되고 있으며, 많은 성도들은 신앙을 ‘숨겨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외국 선교사들의 활동 역시 제한되며, 비자 갱신 문제나 정부의 감시로 인해 장기적인 사역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교회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자체가 도전이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억압 속에서도 복음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가정 모임, 온라인 모임, 소규모 기도 모임 등을 통해 조용히 신앙을 지키고 있으며, 외형적 구조가 아닌 ‘관계 중심’, ‘삶 중심’의 복음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별히 청년층과 다문화 가정에서 이러한 흐름은 더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디지털 선교나 Marketplace Mission과 같은 새로운 사역 형태가 부상하고 있다.
이제 말레이시아 선교는 기존의 전통적 선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형 집회, 예배당 중심의 접근보다는, 일상 속 관계와 직업,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접근이 더욱 효과적이다. 비즈니스 선교(BAM), 소그룹 중심 제자훈련, 보안이 강화된 온라인 복음 전도 등은 이와 같은 환경에서 복음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물론 종교적 억압은 복음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불꽃은 더 강하게 타오른다. 초대교회가 로마의 박해 속에서 부흥했던 것처럼, 말레이시아의 교회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시 일어설 것이다. 우리의 사명은 이들의 울음에 귀 기울이고, 함께 울며, 함께 기도하고, 함께 다시 세우는 것이다. 하나님은 여전히 말레이시아 땅에서 일하고 계신다. 그분은 포기하지 않으신다.
“너희가 나로 말미암아 욕을 먹고 핍박을 받으며…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마태복음 5:11-12)